“수사 축소해 달라” 200만원 받은 경찰 간부…체포영장 정보까지 유출, 징역형 집행유예

도박사건 피의자 측으로부터 수사 축소와 불구속 수사 등을 부탁받고 금품을 수수한 데 이어 체포영장 발부 사실까지 외부에 알려준 경찰 간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번 판결은 수사를 직접 담당하지 않는 경찰관이라도 동료 경찰과의 친분이나 조직 내 지위를 이용해 수사정보를 취득하고 외부에 전달했다면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법원은 금품수수와 관련해 실제로 수사가 축소됐는지 여부와 별개로,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알선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면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울산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박동규 부장판사)는 2026년 7월 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및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경찰공무원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20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이는 1심 판결로, 항소 여부와 판결 확정 여부는 제공된 판결문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울산지방법원 전경

■ 도박사건 피의자 측과 접촉한 경찰 간부…수사 축소 청탁에 금품까지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1991년 경찰에 임용돼 30년 이상 근무한 경찰공무원으로,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와 강력범죄수사대 등에서 팀장으로 근무했다.

 

사건이 발생한 2022년 당시 A씨는 강력범죄수사대 2팀장이었으며, 문제가 된 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상습도박방조 등 사건은 같은 수사대 1팀에서 담당하고 있었다.

 

A씨와 평소 친분이 있던 박모 씨는 도박사건 피의자 측으로부터 경찰관들과의 인맥을 활용해 불구속 수사와 수사 범위 축소 등을 부탁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2022년 5월 26일 A씨는 박씨의 소개로 도박사건 관련 피의자를 만났고, 야구선수들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야구용품 등을 선물받았다.

 

이후 식사와 술자리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A씨는 사건 진행 상황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담당 수사팀 경찰관들과 친분이 있어 확인해 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틀 뒤인 5월 28일에는 도박사건 관련자들의 소환 필요성과 계좌 제공자들에 대한 수사 축소 등을 부탁받았다.

 

박씨는 앞서 도박사건 피의자 측으로부터 경찰에 대한 청탁 및 알선 명목으로 현금 1,000만원을 받았고, 이 가운데 200만원을 A씨에게 전달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차량 안에서 현금 200만원을 받은 사실과 수사 관련 청탁을 수락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판결문상 A씨의 알선수재 범죄금액은 200만원이다. 박씨가 피의자 측으로부터 받은 1,000만원 전체를 A씨가 수수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 “체포해 울산으로 데려오고 있다”…체포영장 발부 사실도 전달

 

금품수수에 이어 문제가 된 것은 수사정보의 외부 유출이었다.

 

2022년 9월 20일 경찰은 도박사건 관련 공범을 체포영장에 따라 체포했다.

 

재판부가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같은 날 박씨에게 전화를 걸어 해당 공범을 파주에서 체포해 울산으로 데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또 다른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이 발부됐는지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후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당시 체포영장은 이미 발부돼 있었지만, 수사 대상자 측이 그 사실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법원은 이러한 정보가 외부에 알려질 경우 도주나 증거인멸, 허위 진술 준비 등으로 수사에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체포영장 발부 사실 등을 형법 제127조에서 정한 보호가치 있는 직무상 비밀로 인정했다.

 

■ 피고인 “돈 받은 사실 없다”…법원은 메모지와 차량 출입기록 주목

 

A씨는 재판 과정에서 200만원을 받거나 수사 축소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체포 사실과 체포영장 발부 사실을 박씨에게 알려준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관련자들의 진술과 녹취자료, 청탁 내용이 기재된 메모지, 아파트 지하주차장 차량 출입기록 등을 종합해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특히 금품 전달 시점과 관련해 박씨의 초기 진술이 변경된 점도 쟁점이 됐다.

 

박씨는 처음에는 다른 날짜에 돈을 전달한 것으로 기억했지만, A씨 차량이 2022년 5월 28일 오후 2시 20분경 자신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출입한 기록이 확인되자 금품 전달 날짜를 정정했다.

 

재판부는 차량 출입기록과 당일 동선이 일치하는 점 등을 근거로 진술 변경 경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봤다.

 

또한 박씨가 작성한 청탁 메모지에는 도박사건 관련자들의 소환 여부와 계좌 제공자들에 대한 수사 축소 요청 등이 담겨 있었다.

 

박씨는 법정에서 일부 청탁 관련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종전 진술의 구체성과 다른 증거들과의 부합 여부 등을 검토해 번복된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TJ뉴스 판결 분석① 수사 청탁이 성공하지 않아도 '알선수재죄' 성립할 수 있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법률적 쟁점 중 하나는 실제로 수사가 축소되거나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게 됐는지와 관계없이 금품수수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알선이란 공무원에게 당사자의 의사를 전달하거나 부탁을 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되도록 돕는 행위 등을 의미한다.

 

판결문이 인용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다면 실제로 구체적인 알선행위가 이뤄졌는지와 관계없이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

 

즉 경찰관이 수사 담당자에게 실제로 압력을 행사했는지, 수사 결과가 달라졌는지가 반드시 범죄 성립의 전제조건은 아니라는 의미다.

 

물론 금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경우에 알선수재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알선 명목이 있었는지, 금품과 알선 사이에 대가관계가 인정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A씨가 수사 관련 청탁을 받은 경위, 관련자들과의 친분관계, 금품 전달 시기와 장소, 청탁 메모지 등을 종합해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공직자의 인맥이나 영향력을 이용해 수사에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는 행위 자체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TJ뉴스 판결 분석② 담당 수사팀이 아니어도 수사정보를 누설하면 처벌될까

 

A씨는 사건 당시 도박사건을 직접 담당하는 1팀이 아니라 2팀 소속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만으로 공무상비밀누설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같은 수사대 소속 경찰관들과 장기간 근무하며 친분관계를 유지했고, 사건 담당팀과도 가까운 사무공간에서 근무했다.

 

법원은 A씨가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지위 또는 동료 경찰관들과의 친분관계를 이용해 체포 관련 정보를 취득한 것으로 봤다.

 

형법 제127조의 공무상비밀누설죄에서 보호하는 직무상 비밀은 반드시 문서에 비밀로 표시돼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이 객관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보라면 직무상 비밀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수사기관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는지, 피의자를 언제 체포했는지, 어떤 수사조치를 진행하고 있는지 등은 사건의 진행 상황에 따라 보호가치가 높은 정보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정보가 수사 대상자에게 미리 전달되면 증거인멸이나 도주 등 수사 방해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공무상비밀누설죄를 판단할 때 공식적인 사건 담당 여부만이 아니라 정보의 성격, 취득 경위, 공무원 지위와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 TJ뉴스 판결 분석③ 청탁 메모지와 아파트 차량 출입기록, 증거능력은 어떻게 판단했나

 

이번 사건에서는 금품수수 여부뿐 아니라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를 재판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쟁점이었다.

 

A씨 측은 청탁 메모지의 입수 경로와 차량 출입기록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을 제기하며 증거능력을 다퉜다.

 

그러나 재판부는 청탁 메모지가 관련자의 자발적인 제출을 통해 확보됐고, 기존 수사 대상 범죄와도 구체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차량 출입기록 역시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동의를 받아 확보한 것으로 보았으며, 해당 기록을 증거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위법수집증거로 배제할 만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차량번호 인식기가 공개된 장소에 설치돼 있었고, 차량의 출입 시각과 번호판 등 제한된 정보가 기록됐다는 사정 등을 고려했다.

 

다만 이번 판단을 모든 아파트 차량 출입기록이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자유롭게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개인정보의 수집 목적과 제공 경위, 제출자의 권한, 수사와의 관련성, 적법절차 준수 여부 등에 따라 증거능력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이러한 구체적인 사정들을 종합한 결과 해당 증거의 사용이 허용된 것이다.

 

이는 디지털 기록과 출입기록이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객관적 증거가 될 수 있지만, 그 확보 과정의 적법성 역시 엄격하게 검토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 TJ뉴스 판결 분석④ 경찰 내부 인맥이 수사 공정성을 위협하는 이유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부분은 피고인이 직접 담당하지 않는 사건에 대해 수사 진행 상황을 알아보고 관련자에게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경찰 조직에서는 사건의 효율적인 처리와 협업을 위해 부서 간 정보 공유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한 직무상 필요에 따른 정보 공유와 사적 청탁에 따른 정보 제공은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수사정보가 공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개인적 친분을 통해 외부로 전달된다면 수사 대상자 사이의 정보 접근에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특정인이 경찰관과의 친분을 이용해 수사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수사기관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훼손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수사 담당자가 아니더라도 조직 내부에서 형성된 관계를 통해 민감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위험을 드러낸다.

 

따라서 수사기관 내부에서는 사건 관련 정보의 접근과 공유 범위를 관리하고, 직무상 필요성이 없는 정보 제공을 예방하는 통제체계가 중요하다.

 

다만 이러한 제도적 시사점은 판결문에 나타난 사실관계를 토대로 한 TJ뉴스의 분석이며, 해당 경찰 조직 전체에 동일한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 법원 “죄책 무겁다”…다만 30년 이상 근무·실제 수사 영향 없었던 점 참작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A씨의 행위가 경찰 직무의 공정성과 적정성, 사회적 신뢰를 크게 훼손한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수사 축소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고 체포 관련 정보를 외부에 누설한 행위의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경찰공무원으로 30년 이상 근무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수수한 금액이 비교적 크지 않고, 해당 행위가 결과적으로 도박사건 수사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도 고려했다.

 

또한 이 사건으로 약 6개월간 구금돼 있었던 사정 등을 종합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는 징역 1년의 형을 선고하되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즉시 교도소에 수감되는 판결과는 구분해야 한다.

 

재판부는 금품수수액 200만원에 대해서는 추징을 명령했다.

 

■ TJ뉴스 분석⑤ 실제 수사 결과가 바뀌지 않았어도 경찰의 신뢰는 훼손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수사 결과에 실질적인 영향이 없었다는 사정이 양형에 고려될 수는 있지만, 이미 성립한 범죄의 책임까지 없애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사기관의 공정성은 실제 수사 결과뿐 아니라 수사 과정이 적법하고 공정하게 운영됐는지에 따라서도 평가된다.

 

수사 대상자 측이 경찰관에게 금품을 전달하고 수사정보를 제공받는 행위가 있었다면, 실제로 사건이 무마되지 않았더라도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체포영장 발부 여부와 같은 정보는 수사기관이 법령과 절차에 따라 관리해야 하는 내용이다.

 

이를 사적 친분관계에 따라 외부에 전달하는 행위는 수사 대상자에게 부당한 정보상 이점을 제공할 위험이 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실제 수사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참작하면서도 금품수수와 비밀누설에 대한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이는 공직자의 형사책임을 판단할 때 결과적으로 어떤 이익이 실현됐는지만이 아니라 공적 권한과 직무상 정보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는지도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 수사정보의 공정한 관리, 경찰 신뢰 회복의 출발점

 

경찰은 범죄를 수사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권한을 행사한다.

 

그만큼 수사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와 공적 권한은 사적인 이해관계로부터 엄격하게 분리돼야 한다.

 

이번 판결은 경찰관이 직접 사건을 담당하지 않았더라도 동료와의 친분관계 등을 이용해 수사정보를 취득하고 외부에 누설한 경우 형사책임이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수사 청탁이 실제로 관철되지 않았더라도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면 처벌될 수 있다는 법리를 다시 확인했다.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범죄를 얼마나 많이 검거하는가뿐 아니라 수사 과정이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가에 달려 있다.

 

공적 권한과 수사정보가 개인적 인맥이나 금전적 대가에 따라 거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수사기관의 공정성을 지키는 기본 조건이다.

 

이번 판결은 그 원칙을 위반했을 때 개인의 형사책임을 넘어 수사기관 전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까지 훼손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자료 출처: 울산지방법원 제11형사부, 2026년 7월 24일 선고 2025고합14 판결

적용 법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제13조, 형법 제127조

 

※ 본 기사는 법원 판결문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판단을 토대로 작성했으며,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과 TJ뉴스의 법률적·제도적 분석을 구분했습니다. 판결문에 익명 처리된 인물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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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10.30 18:45 수정 2026.10.3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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